시절인연(時節因緣)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열매를 거두듯 우리 인간의 인연도 때가 되어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사람의 만남도, 일(事)과의 만남도, 소유물과의 만남도 그리고 깨달음과의 만남도 모두 때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지척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아무리 만나기 싫어 발버둥 쳐도 때가 되면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만남에는 다 인생의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 인생의 흐름을 거슬리려고 해도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주적인 질서인 것이죠.
헤어짐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어지는 것도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죠.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안에 내 손안에 영원히 머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 시절인연에 따라 만남도 헤어짐도 일어나기 때문이죠.
사람이 살아가면서 횡재(橫財)를 얻는 것도 마찬 가지입니다. 횡재라는 말은 뜻밖에 재물을 얻음을 말하죠. 그리고 대박(大舶)도 있습니다. 본래는 큰 배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발견된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 화제입니다. 그야말로 대박이고 횡재이죠. 위품(僞品)이다 진짜다 말이 많았는데 진품(眞品)으로 밝혀졌다고 하네요.
우리들의 카페 [덕화만발]의 <회원자유게시판>에 보면 ‘한국에서 발견된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송수천년취(松樹千年翠)’님이 이 그림과 함께 그림을 얻게 된 경위를 올려주셨습니다. 그 사연에 따르면, 이 그림의 주인은 아버지가 경호원이셨다고 합니다. 6.25때. ‘마릴린 먼로’가 1950년 미 8군 위문공연 왔을 때, 경호를 잘 했다고 그분의 아버지에게 선물로 주고 간 것이라고 하네요.
그 후, 그분의 아버지도 비싼 그림인 줄 모르고 처박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품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고흐 작품이 한국에 있을 리가 없다.”고 세계미술계가 들끓었죠. 하지만 그 그림이 진품으로 들어났습니다. 심지어 그 그림을 사려고 마피아까지 나 섰다고 하네요. 무려 그 가격이 3500억 원! 약 3억 달러라고 하네요! 놀라 기절할 일이 아닌가요?
또 단돈 3달러의 기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한 젊은이가 계산대로 허겁지겁 달려왔습니다. 무척 급한 모양이었습니다. 몇 가지 물건을 계산대에 내려놓고는 100달러 지폐를 내 밀었습니다. 물건 값은 다 합해 봐야 3달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잔 돈 없으세요?” “죄송해요. 100달러짜리 밖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계산대에 있는 돈이라고는 40달러가 채 안 되었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들도 있었습니다. 점원 주디는 100달러짜리 지폐를 그 젊은이에게 되돌려 주고는 자기 지갑에서 3달러의 지폐를 꺼내어 금전 출납 기에 넣고 영수증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영수증을 젊은이에게 건네며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홈 디포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이는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급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만 몇 차례 한 후,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며칠 후, 그 젊은이가 다시 그녀의 계산대로 왔습니다. 이번에는 젊은이의 아버지와 함께 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건축 회사인 ‘존슨 컨스트럭션 컴퍼니’의 소유주 밥 존슨 경(卿)이었습니다. “며칠 전 제 아들에게 호의를 베푼 것으로 들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앞으로 필요한 자재를 이 ‘홈 디포우’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디는 고액지폐를 거절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침착하고 현명하게 처신함으로써 모든 고객들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그 젊은이와 그의 아버지를 감동시킨 것이죠. 그 뒤 젊은이는 그 가게에 계속 드나들면서 그 점원과 가깝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람 됨됨이에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주디는 밥 존슨 경의 며느리가 되었다고 하네요.
어떻습니까? 여러분도 이런 인연이나 대박을 터뜨리고 싶지 않으신가요? 시절인연이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에게나 오는 복이 아닙니다. 지은 공덕(功德)이 있어야 찾아오는 복이죠. 그래서 복 중의 제일은 인연 복이라 하셨습니다. 사람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연 복이지요.
그럼 우리는 그 인연 복은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 사람관계든 일이든 복락이든 이 인연 잘 만나고 못 만남에 따라 좌지우지 됩니다. 인연이란 내가 짓고 내가 맺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연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짓는 것이죠.
선인선과(善人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 내가 어떤 업의 씨앗을 뿌리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그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기에 누구를 탓하거나 부러워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사람관계든 일이든 재물이든 좋은 씨앗을 뿌려서 그 좋은 인(因)에 합당한 행위를 하여야 좋은 결과인 연(緣)이 맺어지는 것이죠.
내가 선업을 행하지 않고 악업을 지으며 큰 복 받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우리도 대박을 터뜨리고 멋진 인연을 만들려면 평소 열심히 공덕을 짓고 때를 기다리는 방법 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그 공덕을 짓는 방법이 바로 나의 정신 육신 물질로 세상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아낌없이 베푸는 것입니다.
자기 돈 아깝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그러나 그 땀 흘려 번 정재(淨財)를 아낌없이 베풀 때 선연은 맺어지는 것입니다. 그런 여유가 없을 땐 건강한 나의 육신을 내 던져 세상과 이웃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몸도 말이 안 들을 땐 세상과 이웃을 위하여 정성을 다해 잘 되라고 빌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평소에 누가 알아주던 모르던 열심히 공덕을 쌓아가노라면 시절인연이 무르익어 ‘반 고흐’의 그림도, ‘3달러의 인연’도, 대각(大覺)의 기쁨도 찾아오는 것이지요. 우리가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한 세계로 인도하려는 것도 훌륭한 공덕 짓기 아닌가요? 그 공덕이 시절인연을 만나면 언젠가는 우리도 대박을 터뜨리지 않을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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